독서 기록 - 암컷들 2탄

    미방

     
    이번 책 리뷰는 2탄에서 끝날듯.. 
    첫 번째 글은 여기 https://tvshowstarts.tistory.com/299

    독서 기록 - 암컷들 1탄

    최근에 어디서 추천을 받아가지고요.. 페르미 평전이니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니 그런거보다 이게 더 읽고 싶어서 냉큼 도서관에서 임시보호 해옴. 생물학 책이라고 보면 좋은데 작가인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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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장에서 공동육아하는 원숭이들 얘기도 나오는데 밑에서 더 설명할거 같아가지고 생략..
    여튼 모성이라는 큰 산을 또 깨부순 작가는
    7장으로 넘어가서 아예 물어뜯고 싸우는 암컷들에 대한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토피영양

    우리는 자라면서 보통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고 배웠는데, 암컷도 뛰어난 수컷 유전자를 차지하기 위해 물어뜯고 싸운다. 
    그 좋은 예시가 토피영양이다. 
    참고로 토피v영양 임 ㅎㅎㅎㅎ
    네이버 찾아보니 영어로 topi라고 하더라..
    이게 뭐 중요한건 아니구요.. ㅎ 
     
    여튼 토피영양 암컷은 1년에 딱 하루만 발정을 한다고 합니다... 하루동안 진짜 흥미진진하겠네... 
    여튼 이 24시간동안 암컷들은 여러 수컷들과 짝짓기를 하고(평균 4마리라고 함), 심지어 암컷들도 최고의 수컷하고 짝짓기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암컷들이 자신의 뿔로 서로 싸운다고 함.
     

    브로 에르겐센은 소위 잘 나가는 수컷 토피영양이 다윈의 예측과 달리 아무하고나 짝짓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소중한 정자를 보전하기 위해 수컷도 전통적으로 암컷이 취하는 까다로운 태도를 취한다. 되도록 많은 개체와 짝짓기한다는 목적은 변함없지만 정자 정쟁에서 자신의 기회를 최대로 높일 암컷을 의도적으로 찾아 선택하는 것이다. (pp. 264-265)

     
    그치, 다윈의 성 선택 이론이라면 암컷한테는 뿔이 달려있을 이유조차 없는데.
    그런데 토피영양은 암컷한테도 무시무시한 뿔이 달려 있고, 심지어 이걸로 서로 싸운다. 장식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또 얘네만 이러는거 아니니? 하겠지만 
    또 아님
    영장류들은 한술 더 뜬다. 
    최고의 수컷의 정자를 다른 암컷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서 별 짓을 다 한다.
     
     

    서부저지고릴라

    서부저지고릴라 라는 고릴라가 있다. 그냥 고릴라랑 무슨 차이인가 싶은데 일단 그렇다고 하니까.. ㅎㅎ 
    최근에 연구된 바로 이 고릴라는 서열이 높은 암컷이 발정기도 안 왔는데 일부러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 
    왜????? 본인도 임신 안되면서 왜??? 
    왜는 왜야... 수컷 정자를 자기가 뺏아서 다른 암컷들한테 못쓰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한다.. ㅎㅎㅎㅎㅎㅎ 
    와우내.... 와우 언빌리버블.. 
    근데 또 여기서 끝이 아님
    심지어 짝짓기 과정에서 서열 낮은 암컷을 밀쳐내고 자기가 껴들기도 한다고 한다... 
     
     
     

    진짜 놀랄 노자라니까 
    걍 진짜 인간이랑 뭐가 달라.. 
     
     
    또 뭐 여러 동물들 등장하는데
    고릴라 이후에 비중있게 등장하는 동물은
    바로 미어캣이다 
     
     
     

    유명한 그 짤

    예쓰예쓰 댓츠롸잇 그 미어캣 
    생긴것과 다르게 굉장히 포악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이미 여러 커뮤니티에서 글로 읽어서 알고 있기는 했는데 
    이 포악함이 사실은 수컷 개체들이 아니고 암컷 개체들이라는 사실은 좀 새로웠다. 
     
     
     
     

    미어캣

    위키에서 퍼온 건가 여튼 구글 이미지 검색 한건데 저 사진 보니까 갑자기 놀라운 토요일이 생각나는걸
     
     
     

    놀라운 토요일에 가끔 나오는 미어캣

    여튼 이정도로 우리한테는 친숙한 동물인데 
    미어켓은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고 심지어 그 무리의 리더는 암컷이다. 
    책에서는 '알파 암컷'이라고 소개를 한다. 
     

    미어캣은 3~15마리가 씨족사회를 이루고 번식의 80퍼센트를 우두머리 암컷 한 마리가 독점한다. 알파 암컷의 친척, 후손, 몇몇 떠돌이 수컷으로 이루어진 무리의 나머지는 영역 방어와 보초, 땅굴 관리, 아기 돌보기는 물론이고 심지어 우두머리의 새끼에게 젖까지 먹인다. 이런 식의 분업은 과학적으로 ‘협동 번식’이라고 알려졌으나 내게는 아주 완곡한 표현으로 들린다. 미어켓의 동지애는 마음에서 우리나오는 협조가 아닌 노골적인 압력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p. 277)

    작가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 하는대로 협동 번식이라는 탈을 뒤집어 쓴 알파 암컷 중심의 냉정한 사회가 된다. 
    미어캣은 알파 암컷 외에는 임신이 불가능하다. 원칙적으로는 가능한데, 만약 알파 암컷 외 다른 서열낮은 암컷이 임신하게 되면 알파 암컷이 그 새끼를 죽여버린다고 한다. 알파 암컷은 가임기인 암컷 미어캣이 무리에 남아있는 꼴도 못 본다. 알파 암컷이 늙어 죽거나 매한테 잡아먹혀 죽거나 하지 않는 이상 지배는 바뀌지 않는다. 
    그럼 퇴거당한 암컷은? 
    다른 무리들한테 죽거나 아니면 다른 포식자 동물들한테 잡아먹히거나, 어찌저찌 운좋게 살아남으면 원래 있던 무리에서 알파 암컷의 발닦개로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참고로 읽어보면 좋을 링크..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14347

    마냥 귀엽지 만은 않다, 미어캣의 두 얼굴

    미어캣 하면 무슨 생각이 먼저 나시나요? 아마도 사막의 한복판에 두 발로 서서 먼 곳을 바라보는, 귀엽고 깜찍한 ‘파수꾼’의 모습이 떠오를 텐데요.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런 모

    m.dongascience.com

     
    여튼 암컷은 그냥 꽃같이 가만히만 있는다?
    놉..
    미어캣들의 사회는 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회여서 연구자들이 1000종 이상의 포유류를 대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살인적인 포유류를 조사했는데 인간을 제치고 미어캣이 1등을 했다고 한다는데.. 진짜 가만히만 앉아있는게 맞음? ㅎㅎㅎ
     
    하여튼 이번에도 다윈이 짐
    아무튼 패배함 ㅇㅇ
     
     


     
    미어캣 이후로는 다양한 알파 암컷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생각보다 다양한 종에서 암컷이 무리의 리더로 활약한다.
    이런 예시를 바탕으로 작가는 동물 사회에서 가부장제는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낸다.
     
     

    침팬지 군락의 알파 암컷 마마와 딸 모닉

    킹 메이커였던 마마는 모두에게 '최종 보스'로 일컬어졌다. 
    침팬지 수컷들조차 마마의 눈치를 살폈다니 말 다 했다. 
    그렇다면 이 리더십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수컷보다 더 센 힘?
     

    마마의 힘은 자매들을 지휘하는 역할에서 나왔다. 아른험 군집의 모든 침팬지 수컷은 마마를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마마는 무리의 모든 암컷을 대표하는 침팬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마는 강력한 동맹의 상대였지만 절대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마마는 수컷들의 권력 싸움에서 한쪽을 골라 편을 들고 지지했다. 만약 무리 중에 감히 마마의 의중과 다른 수컷을 지지하는 암컷이 있다면, 충성의 대상을 바꾸지 않는 한 보스와의 관계가 편치 않을 거라는 걸 곧 알게 되었다.
    “인간의 정치로 따지면 원내대표 같은 침팬지였죠. 모든 사람을 줄 세웠어요.” 드 발의 설명이다. (pp. 323-324)

     
    마마는 수컷과 싸우지도 않았고 공식 서열은 수컷들에게 있었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 부계 중심의 침팬지 군집이기는 하지만 연구자들에 의해 조성이 되었기 때문에 리얼 야생처럼 먹이를 가지고 치열하게 다툴 일이 없었다. 또한 대부분의 암컷은 수컷보다는 오래 사는 편이다. 연륜으로 인한 전문성은 암컷의 권력을 강화시켰다. 그래서 이 군집에서는 암컷들끼리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졌고, 그 결속을 바탕으로 마마가 알파 암컷으로 지위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부계 중심임에도 모계 네트워크를 통해 권력을 획득하는 마마 같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동물들 사이에서도 오래 있었던 수컷을 중심으로 권력관계가 구성되고, 암컷들을 지배한다는 오래된 주장을 반박한다.
     
     

    보노보

    영장류 모두가 가부장적 사회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예시는 보노보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침팬지와 달리 보노보는 모계 중심 사회로 구성되어 있고, 평화롭다. 
     

    패리시는 박사학위 주제로 보노보를 연구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30년간 이들의 사회생활을 기록해왔다. 당시 이 자그마한 대형 유인원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었다. 패리시는 샌디에이고 야생동물 공원에 자리를 잡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했는데, 이내 암컷들의 우정에서 드러난 독특한 성격을 눈치했다. 그건 랭엄의 법칙을 위배하는 것이었다.
    "암컷들이 신기할 정도로 서로 가까워 보였죠. 서로 함께 어울리고 상대의 아기에게도 친절했거든요." 패리시의 말이다. "보통 혈연관계에 있는 암컷들끼리는 잘 지내는 편입니다. 하지만 피를 나누지 않은 암컷 포유류들은 사이가 좋을 일이 별로 없어요. 피차 외면하거나 아예 공격적으로 대해요." (p. 332)

     
    보노보 사회에서 암컷들 간에 싸우는 일은 극히 드물다. 오히려 암컷이 수컷에게 굉장히 공격적이라는 보고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긴 해도 다른 부계중심 영장류 사회보다 보노보 사회는 더 평화롭다. 그렇게 싸운 결과로 서로를 죽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보노보들은 싸우더라도 그냥 사랑을 한번 나누면 적당히 해결된다. 
    보노보들이 이 사랑을 나누는 행위는 인간이 악수를 나누는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할 정도로 자주, 그리고 짧게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그냥 헤테로적으로 이성이 만나 짝짓기행위를 하는게 아니라 동성간에도 흔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보노보들의 모계 중심적이고 사랑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평화적인 모습이 사실은 인류의 진화에 어떤 영향이 있었을지 -> 요런 방향으로의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는 근거가, 
    침팬지와 보노보의 조상은 고작 800만년 전에 인류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졌다고 한다. 프린스 드 발이라는 학자는 보노보가 인류나 침팬지보다 덜 변화를 겪은, 인류의 조상과 가장 흡사한 종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사실 인류에 새겨진 가부장제와 폭력은 본래부터 새겨진 동물적 습성이 전혀 아니라는 결론도 도출 가능해지는 것이다. 
     

    보노보는 인류학을 개방하여 가부장제를 인류 조상의 보편적 상태로 전제하지 않는 신선한 모델을 탐색하게 했다. 사실 영장류 사촌 전반에서 가부장제가 희귀하다는 사실은 어떻게, 그리고 왜 가부장제가 많은 인간 사회에서 진화하고 장악했는지를 묻게 한다. (p. 340)

    결국 인류 과거에 대한 가장 적절한 재구성은 침팬지와 보노보의 특징을 섞은 형태일 것이다. 그것이 침팬지에 더 가까웠는지 보노보에 더 가까웠는지는 영원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게 아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이기에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미래는 다르다. 보노보 사회가 영감을 준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보노보 이야기는 우리에게 남성이 공격적으로 여성을 지배하는 것은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 행위와 능력은 환경적, 사회적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여성에게 힘을 부여한 핵심적인 요소는 압제적인 가부장제를 무너뜨리고 좀 더 평등한 사회를 꾸려나가는 데 필요한 자매결연의 힘이다. 여기에서 자매란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까지 모두 아우른다. (p. 343)

     
     
     

    보노보 집단의 알파 암컷 로레타

    보노보 군집의 알파 암컷은 로레타인데, 마마처럼 뭔 언급이 막 있는건 아니고 연구자와의 오랜 교감으로 특별한 감정을 서로 느끼는 장면에 대해 묘사가 되어 있다.



    보노보에 대해 뭔가 더 알고 싶으면 아래를 참고...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9963075&memberNo=38419283

    '보노보'를 보노라면, 인간의 희망이 보인다

    [BY 동그람이]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보노보를 만났다. 흔히 ‘유인원’하면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를...

    m.post.naver.com

     
     
     
     
     

    범고래

     
    범고래의 경우 그 포악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모계 중심 사회였다는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오죽하면 이름도 킬러 웨일이겠냐고. 그런데 이렇게 이름붙여준 덕분에 좀 쎄보이는 모계 사회로 인지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책에서는 '남부 상주군'이라는 범고래 군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범고래도 암컷이 완경(=폐경)을 한다. 그러고도 오래 살아 남는다. 이렇게 살아남은 암컷이 무리의 리더, 알파 암컷으로 활약했다. 
    바로 그래니의 이야기다.
     

    "그래니가 죽고 나서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아리엘이 내게 말했다.
    공식 명칭 J-2로 불리는 그래니는 J팀의 나이 든 '노할머니'였다. 이 노부인은 남부 상주군의 리더이기도 했다. 70여 마리의 범고래 무리를 이 노할머니가 지휘한다는 사실은 풋내기 선원도 아는 사실이었다. 그래니가 몸을 일으켜 2미터짜리 꼬리로 수면을 찰싹 때리면 무리가 그 뒤를 따르거나 방향을 바꾸곤 했다. "그게 그래니가 '가자, 얘들아! 라고 말하는 방식이었어요.' 아리엘이 내게 말했다.
    2016년 10월 세상을 떠났을 당시 그래니의 나이는 75~105세 로 추정되었고, 가장 나이 많은 범고래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이 연로한 여가장의 놀라운 점은 나이가 아니었다. 40세 무렵부터 더 이상 새끼를 낳지 않으면서도 몇십 년을 더 살면서 생식연령보다 더 길지는 않더라도 아주 긴 세월을 즐겼다는 사실이다. (p. 349)

     
    책에서도 그래니의 부고 소식부터 전달을 해주면서, 범고래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찾아보니 한국 언론에도 부고 기사가 났었다.
    https://news.sbs.co.kr/amp/news.amp?news_id=N1003972554

    [뉴스pick] 행방 묘연한 최장수 범고래…"사망 추측"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범고래 '그래니'가 자취를 감춰 전문가들은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3일, BBC는 현존하는 세계 최장수 범고래 '그래니'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news.sbs.co.kr

     
     
    일단 범고래는 모계사회인데, 
    이게 밝혀진건 최근이라고 한다. 
    거기다 범고래 수컷들은 대체로 큰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고, 전문가들은 범고래 수컷을 "덩치만 큰 마마보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가 범고래의 삶에 관해 알고 있는 대부분이 저 남부 상주군에서 온 것이다. 이 집단은 40년 동안이나 연구되었다. 그러나 처음 저들을 연구한 남성들이 범고래 사회가 모계 사회임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중략)… 오르카 네트워크의 하워드 개릿은 1980년대 초반 고래연구센터에서도 일한 적이 있는데, 그에 따르면 바다사자 처럼 무리를 짓고 사는 다른 해양 포유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범고래 사회 역시 몸집이 큰 수컷이 공격적으로 암컷을 모아 하렘을 형성하고 커다란 수놈들이 지배권을 두고 싸우거나 암컷과 강압적으로 교미하려고 할 것이라고 가정되었다.
    이런 전제로 몇 년 동안 관찰을 이어갔지만 실제로 그런 적대적인 행동을 관찰할 수 없었을뿐더러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 졌다. 암컷으로 추정된 고래 일부의 등지느러미가 크게 솟으며 아주 확실히 수컷으로 '변신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 무리를 떠나지 않고 다른 수컷이나 암컷과 함께 헤엄쳐 다녔다.
    개릿은 "저 '암컷'의 대다수가 사실은 어린 수컷이고 이들은 성체가 되어도 어미 옆에 가까이 머문다는 사실이 서서히 밝혀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개릿에 따르면 이와 같은 사회적 설정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반발이 있었다. 과학에 알려진 포유류 중에서 아들과 딸이 모두 평생 어미와 접촉을 유지하는 종은 없었다. 암수 중 하나는 반드시 출생 집단을 떠나 흩어진다는 편견이 있었고, 사회적 포유류에서 떠나는 쪽은 보통 아들이었다. 한데 이 범고래 모계 사회의 일부는 무려 4세대를 아우르는 암수 개체로 구성된 게 아닌가. (pp. 351-352)

     
    여튼 모계인것도 알겠고, 한데 
    완경을 한 암컷이 어째서 리더가 될 수 있었을까. 
     
    작가는 '할머니 가설'을 제시한다. 
    작가 본인이 새롭게 제기한거는 아니고 ㅎㅎ 1998년부터 제기된 가설이라고 한다.
    암컷이 치열한 번식 경쟁을 거쳐 완경하고 나면 당장의 번식 경쟁에서는 멀어지지만, 무리에는 남게 되면서 자녀와 손주를 양육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본인으로부터 태어난 자손들의 생존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완경한 암컷 리더는 자신의 자손이 더 많이 남는 번식적 이득을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점점 나이들면서 쌓이는 생존 정보와 경험치는 다른 젊은 범고래들이 무시할 수 없는 큰 데이터가 되는데, 이를 무리를 위해 아낌없이 활용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 고래들은 워낙 지능도 높고 인간보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종류가 훨씬 더 많은 것과 같이 고등 생물에 속한다.
    이 똑똑한 머리를 무리들의 생존과 삶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니 무리에 속한 젊은 범고래들에게도 충분히 이득이 된다.
     
    장애가 있는 범고래도 돌보거나 약간의 공동육아 방식으로 무리를 이끈다고 한다. 
    물론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여러 조건(심지어 성격까지도 고려되어야 한다)이 맞아 떨어져야 해서, 그래니 사후에 훌륭한 리더가 나왔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될 순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챕터를 읽으면서 '그래니가 있었듯이, 또 다른 범고래 리더가 나타나 이들을 이끌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늙은 암컷이 무리를 이끄는 범고래에 이어, 아예 암컷으로만 가정을 꾸리는 동물도 있다. 
    레이산알바트로스라는 새이다. 
     
     

    레이산알바트로스

    너무 기니까 그냥 알바트로스라고 할래... ㅠ
    주로 하와이 부근에 서식한다고 한다. 
     
     
     

    환태평양 보전협회 대표 린제이 영

    이 알바트로스들의 생태를 관찰한 학자는 린제이 영이라는 사람이다.
    사진 출처 : https://images.app.goo.gl/egFZNxPszEgFt3P49

    Google 이미지 검색결과: https://www.islandconservation.org/wp-content/uploads/2019/08/island-conservattion-advisory-counc

    이미지 Island Conservation Lindsay Young - Island Conservation www.islandconservation.org 저작권 보호를 받는 이미지일 수 있습니다.

    www.google.co.kr

     
    영이 관찰한 군집에서 3분의 1은 암컷으로만 이루어진 가정이다. 
    기록 1탄에서 말했듯이 새들은 자유분방한 번식을 지향하는데, 알바트로스도 그럴 것이다. 이 알바트로스들도 암컷끼리 짝짓기는 안하는 것 같거든요... ㅎ 
    어디선가 다른 수컷과 직접적 번식활동을 하긴 하는데, 수컷하고는 그냥 그 뿐이고, 그렇게 임신하고 나서는 암컷 파트너와 새끼를 출산하고 양육해 독립시킨다는 이야기다. 
    기록 1탄에서 명금류의 사회적 일부일처제 이야기가 있었던 것처럼, 영이 관찰한 레이산알바트로스 군집 중에 3분의 1의 사회적 파트너는 암컷이 되는 것임.
     
     

    모험을 감행한 자들은 젊은 암컷 알바트로스들로, 자기가 태어난 곳을 떠나 새로운 목초지에서 독립했다. 젊은 수컷은 고향에 머물며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번식을 시작할 가능성이 더 컸다. 그 바람에 카에나 포인트나 근처 카우아이 같은 지역의 신생 군집에는 암컷이 짝으로 삼을 수컷이 부족했다. 혼자서 새끼를 키우는 것이 알바트로스 사전에는 없는 일이므로, 이 혁신적인 암컷들은 기존 암수 커플의 수컷에게 정자를 기증받은 다음 개척 정신이 뛰어난 다른 암컷과 짝을 짓고 새끼를 키워내는 어려운 과제에 동반하게 된 것이다. (p. 384)

    그럼 왜.. 왜째서 암컷끼리 가정을 이루었을까?
    ㄴ 그것은 이곳이 신생 군집이라 수컷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도 수컷이 없으면 보통 가정을 안 이룰 법도 한데???
    ㄴ 그것이 이 책에 알바트로스가 등장한 이유임.
     
    알바트로스는 출산하고 양육한 경험이 있는 암컷을 수컷이 선택하는, 즉 성 선택을 역선택하는 종이기도 한데, 그래서 수컷개체가 암컷보다 숫자가 더 작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추측한다. 어쨌든 암컷끼리만 뭉쳐 있어도 가족을 잘 꾸리고 새끼를 낳아 잘 길러낸다. 심지어 여러 해 동안 암컷끼리 짝을 지어 쭉 지내는 알바트로스 커플도 있다고 한다. 
    여튼 환경에 의해 성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가정의 형태로 번식과 양육을 해나가는 것이다. 인간도 놀랄 노자인데 새들이 지금.
     

    그레츠키와 그레츠키의 암컷 배우자는 17년 전 린지가 모니터링을 처음 시작한 때부터 내내 함께였고, 그래서 실제로는 더 오래된 커플인지도 모른다. 그사이 이들은 함께 여덟 마리의 새끼를 성공적으로 키워냈고 세 마리 이상의 조부모가 되어 동성과 이성을 합쳐 카에나 포인트에서 가장 성공한 알바트로스 커플 1위를 차지했다. (pp. 386-387)

    새로 밝혀진 알바트로스 동성 커플이 제안하는 바는 훨씬 고무적이다. 자연에서 성역할에 내재된 융통성은 물론이고 동물이 새로운 사회, 생태적 환경 앞에서 파격적으로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는 생태적 대재앙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점차 더 중요해질 특성이다. 하와이 바닷새 군집의 65퍼센트 이상이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들은 낮은 지대의 산호 섬에 둥지를 짓기 때문이다. 미드웨이 환초와 레이산섬은 멸종 위기의 얼가니새나 슴새와 함께 레이산알바트로스 둥지의 95퍼센트가 밀집된 곳이지만 이번 세기 중반이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하여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새롭게 군집을 형성하는 개척적인 레즈비언들은 말 그대로 종을 보전하고 있는 것이다. (p. 389)

     
    무려 멸종위기 종족을 셀프로 지켜내는 애들이기까지...

    여튼 현대 인간에게서 보이는 모든 삶의 방식 그대로 동물들이 빠짐없이 다 살아내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의 의문.
    그렇다면 정말 인간이란게 유독 특별한 존재가 맞나?
    뭐 지능도 사실 고래들보다 더 뛰어나지 못할수도 있고, 과학기술로 만들어낸 도구 말고는 힘도 쩌리인데.. 
    걍... 조물주가 모든 동식물들을 만들 때 애초부터 이렇게 만들어둔 게 아닐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ihiker's Guide to the Galaxy)> 에 나오는 것처럼, 사실 인간은 세번째 영물이고 두번째 영물은 (돌)고래들이 아닐까? 
     
    아니 그럼 진짜 지구 멸망의 그 순간에 영화처럼 돌고래들만 쏘롱!! 하고 떠나버리는 거 아니야? ㅠㅠㅠㅠㅠ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수컷이 뭐고 암컷이 뭐지. 
    처음 말했듯이 암컷은 새끼를 출산할 수 있는 개체, 그거 외에 수컷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이 책은 지금까지 내 뇌가 어떤 편향에 절여져 있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물론 연구는 지금 이 블로그 읽는 순간에도 진행이 될것이고 더 많은 관찰들을 통해 각 동물들의 진짜 습성들이 '정의'되어 발표될 텐데,
    그 모든게 가부장적 논의의 결과는 결코 아닐 것이다.
     

    동물의 왕국을 흑백 안경을 쓰고 보는 바람에 다윈과 그의 발자취를 따른 많은 과학자들이 성의 차이점만을 강조하게 되었다는 게 크루스의 입장이다. 유사성을 연구함으로써 배울 것이 더 많은데 말이다.
    “사람들은 사실 수컷과 암것의 형질 대다수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수컷이든 암컷이든 모두 뇌가 있고 심장이 있고 몸이 있어요. 서로 다른 성 사이에는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더 많아요.” (p. 435)

    이제는 유해하며 공공연하게 우리를 속이는 이원적 기대를 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 자연에서 암컷의 경험은 성별 구분이 없는 연속체 안에 존재하며, 다양하고 가소성이 높으며 낡은 분류 방식에 순응하길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인정한다면 자연 세계에 대한 이해와 인간으로서 서로에 대한 공감을 증가시킬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구식의 성차별에 대한 믿음을 고집한다면 여성과 남성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부채질하고 남녀 사이를 이간질하고 성 불평등을 조장하기만 할 것이다. (p. 437)

     
    동물들을 통해 인류의 삶의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다양한 암컷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누군가가 정해둔, 고착화 되어 있는 방식만이 내 길이 아니라, 
    환경이 바뀌느라 적응해야 해서, 혹은 누군가의 침입이나 공격으로, 나이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축적된 삶의 경험을 활용하면서 내 삶의 방식을 다양하게 꾸려 나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이상한 자신감 같은게 생겼다.
     
    암튼간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었다.
    독서 기록 하면서 추천할만한 책은 잘 기록하지 않는데 이건 추천함.. 시간 내서 읽어보세여 존잼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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