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 암컷들 1탄

    미방은 도서관에서 임시보호한 책 암컷들


    최근에 어디서 추천을 받아가지고요.. 
    페르미 평전이니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니 그런거보다 이게 더 읽고 싶어서 냉큼 도서관에서 임시보호 해옴.
     
    생물학 책이라고 보면 좋은데
    작가인 루시 쿡 씨는 동물학을 전공한 이력이 있는 방송 피디인데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 채널에 동물다큐 찍는 그런 프로듀서이다. 
    번역체를 감안하더라도 문장이 깔끔하고 읽기 쉬운 편이다.
    덕분에 금새 읽을 수 있었음.
    독서 기록 쓰는 거는 다른 문제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교과서에서는 우리가 다윈의 진화론 이라는 패러다임을 배우고 있음
    이 이론이 여러 의미로 엄청난데
    일단 "진화"라는 개념을 근대사회에 들여온 사람으로서 엄청난게 한가지 있고 
    또한가지는 이사람의 이론에 모든 생명체들의 케이스가 다 들어맞지 않는데 학자들이 왜곡해서 우겨넣은 연구결과들이 또 엄청 많아서 그런거더라고여?
    특히, 다윈은 성선택 이론이라고 해서,
    인류와 동떨어진 사회에서 생존해나가고 있는 동물에게조차 가부장적인 성역할을 부여하고 이를 고착화 시키는데에 큰 역할을 하셨음. 다윈의 실제 의도가 어쨌는지는 이미 이 분이 죽어버리셨기 때문에 직접 물어볼 길은 없으나, 결론적으로는 이렇게 되어버렸음.
     

    다윈이 성을 적극적인 수컷과 소극적인 암컷의 이미지로 굳힌 것은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마케팅 회사의 작품처럼 효과적이었다. 우리 뇌는 이런 깔끔한 이분법을 직관적으로 옳다고 판단하여 크게 반기기 때문이다. 옳거나 그르거나, 흑이거나 백이거나, 친구이거나 적이거나. (p. 22)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고 사람들이 점점 똑똑해지면서, 연구자들은 다윈의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암컷 생명체들을 관찰하게됨. 그것도 또 엄청 많이.
     

    연구팀은 무시무시한 공중전을 벌이는 새들을 기록했다. 대결에 나선 피뇬제이 한 쌍이 공중에서 뒤엉켜 싸우다가 '땅에 떨어져서도 격렬하게 날개를 퍼덕이고' 그 상태에서 '강력한 일격을 가하며 서로 쪼아댔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 싸움은 '그해에 관찰된 것 중에서 가장 과격한 행동'이었지만 가해자가 수놈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배 계층에 포함되지 않았다. 맞다. 싸움꾼들은 모두 암놈이었다. 연구팀은 여성들의 '격분한' 행동이 어디까지나 호르몬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봄철에 호르몬이 급중하면서 피뇬제이 암컷들이 인간 여성의 월경전 증후군(PMS)에 해당하는 번식 전 증후군(PBS)에 시달린 탓이라는 것이다.
    무슨 소리. 새한테 그런 증후군은 없다. (p. 28)

     

    피뇬제이

    저 에피소드 속 피뇬제이가 어떤 새인가 했더니 진짜 귀엽게 생겼음... 깜놀... 
    참새같은 새인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는 얘가 아예 서식을 안 하는지 정보가 거의 없고, 영문위키에는 있었음.  Jay라는게 우리말로 '어치'라는 새인데, 이 어치는 까마귀과의 한 종류라고 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로고

    한국인도 알 만한 어치가 있다면.. 캐나다 토론토의 야구 구단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제이가 이 새를 뜻하는 것임.
     
    여튼.. 진짜 귀염뽀짝하게 생긴 아이들이지만 (대부분은 서열 싸움임) 격렬하게 싸우고 심지어 싸우는게 수컷간의 서열 다툼이 아니라 암컷들이라는 점.
    하지만 연구자들은 무시하기 바쁨. 
     
     

    기존 학계의 지배층이 동물계를 수컷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남성들이었고 또 많은 분야에서 지금도 그렇다는 사실이 문제를 악화시켰다. 연구에 영감을 주는 질문 역시 남성의 관점에서 던져졌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암컷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다. 수컷은 사건의 중심이자 모델 생물이 되었으며, 암컷이 존재하는 토대이고 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엉망진창인 호르몬'에 좌우되는 암컷은 주요 사건과는 상관없이 주변부에서 산만하게 얼쩡대는 이상치이므로 수컷과 동일한 수준의 과학적 검토를 받을 필요조차 없었다. 암컷의 몸과 행동은 조사되지 않았다. 그로 인한 데이터 공백이 급기야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었다. 암컷은 언제까지나 수컷의 노력을 보조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취급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연구된 적이 없으니 들이밀 결과가 있을 리가 없다. (p. 29)

     
    이런 일이 피뇬제이의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었음.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유명하다고 일컬어지는 연구조차도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는 대목을 읽을 때마다 이거는 단순히 성별대결을 떠나 기본적인 연구 윤리 문제가 있지 않나.. 왜 의도적으로 연구대상의 성질과 특성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잘못된 신념을 그대로 답습하려고 연구 결과를 왜곡하기까지 했을까.. 이런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동물을 이념적 무기로 휘두르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동물의 암컷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한다면 게으른 논쟁과 고루한 남성중심적 관념에 대항할 수 있다. 그것은 무엇이 자연적이고 정상이며 심지어 가능한가에 대한 오래된 기본 전제에 도전한다. 여성을 시대에 뒤떨어진 엄한 규칙과 기대가 아닌 다른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여성의 역동적이고 다양한 본성이다. (p. 34)

     
    물론 영미권 애들이 개나소나 책을 쓰긴 하겠지만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아무거나가 되지는 않음..
    그냥 많은게 아니라 진짜 개 많으니까.. 이런 일이 점점 연구되어져서 밝혀지고 있으니까 모아서 책을 내고 그게 유명해진 것이라고 생각함.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진짜 이야기"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책이 바로 이 <암컷들> 이다.
    ㄴ홍보 아님, 업자 아님.. 출판사나 작가의 지인 아님..
     
     
     


     
     
    작가는 성별이란 게 애초에 어떤 기준으로 분류가 되는지부터 묻는다.
    에스트로겐이 더 많으면 암컷인가? 
    테스토스테론이 더 많으면 수컷인가? 
    아니면 염색체? XY?
     

    유럽두더지
    점박이하이에나

    일단 이 두 동물의 등장으로 우리가 아는 기준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유럽두더지는 번식기를 제외한 평시에, 암컷도 수컷과 같은 생식기 모양과 호르몬 수치를 가지고 살기 때문임. 
    점박이하이에나는 더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 연구자들은 점박이하이에나가 성별 구분이 없는 자웅동체인줄 알았다고 한다.
     

    “진화의 빛을 제외하면 어떤 것도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라고 생리생태학의 아버지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의 유명한 말을 인용하며 그레이브스가 제안했다. "여기에 의도가 개입되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진화는 설계된 과정이 아니에요. 그 힘이 항상 우리를 뒤흔들고 있어요." (p. 62)

     
    작가는 처음부터 우리의 이분법적인 구분부터 깨부순다. 
    결국 암컷은 새끼를 낳을 수 있다, 이거 외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지는 것...
     
     


     
    제일 큰 대전제를 무찌른 작가
    그 다음에는 다윈이 말한대로 암컷이 조용히 있다가 더 적극적이거나 매력적인 수컷을 선택하여 번식을 하는지 점검한다.
    이게 다윈의 성선택 이론이라고 해서 유명한 내용이고,
    엄청 축약해서 몇줄로 쓴거지 사실 책 안에서는 좀 더 심도있게 다윈을 언급하고 더 심도있게 다윈을 깐다..
     
    여튼간
    여기서 등장하는 첫 사례는 붉은날개검은새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평생 일부일처제로 사는 걸로 알려졌었다고 한다.
     
     

    붉은날개검은새 암컷
    붉은날개검은새 수컷

     
    붉은날개검은새가 수확물을 망가트리는 유해 역할을 하는 바람에 개체수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고, 
    연구자들은 무리의 수컷을 중성화시키는 (당시에는 덜 폭력적이었던) 전략으로 개체수 조절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암컷은 새끼를 출산했다.
    ㄴ 왜? 
    ㄴㄴ 암컷들이 다른 중성화 안된 수컷들과도 짝짓기 많이 하는 바람에 수컷 일부를 중성화 한다 해도 번식하는데 문제가 없었음 ㅇㅇ 
     
     

    그렇다면 남은 설명은 한 가지였다. 암컷이 제 영역 밖에서 거세되지 않은 수컷과 정사를 한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나리오였다. 1970년대 인간 세계에서는 성 혁명이 한창이었는지 몰라도 명금류 암컷은 아직 그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모든 참새목 아과(명금류)의 10분의 9(93퍼센트)가 대개 일부일처를 따른다." 권위 있는 조류학자 데이비드 랙이 1963년에 쓴 말이다. "'일처다부제'인 종은 알려진 바 없다."
    당황한 과학자들은 수컷의 불임화가 붉은날개검은새 개체수를 조절하는 도구로 적합하지 않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암컷의 성적 문란함'이 원인일 가능성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인용했다.
    이런 당황스러운 결과는 유해 조수 통제의 실패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암컷의 짝짓기 행동에 대한 이해에 일대 혁명을 예고했다. (p. 115)

     
    웃긴게 이 새들은 일부일처로 알려진 새들이었음. 
    심지어 새들이 계속 사회적으로는 일부일처를 유지하지만 성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것이 최근 연구 결과들로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연구를 처음 시도한 사람은 퍼트리샤 고와티라는 사람임. 
     
     

    사라 허디, 패트리샤 고와티

    이 연구자들 얘기가 많이 나오길래 사진도 퍼왔다 
    사진 출처 : https://www.prospectmagazine.co.uk/ideas/technology/44621/bluebirds-babies-and-orgasms-the-women-scientists-who-fought-darwinisms-sexist-myths

    Bluebirds, babies, and orgasms: the women scientists who fought Darwinism's sexist myths

    Sarah Blaffer Hrdy and Patricia Gowaty were pioneers. Yet their work is still contentious—and their contribution all too often ignored

    www.prospectmagazine.co.uk

     
    그렇다면 새들만 이렇게 암컷이 여러 수컷들과의 짝짓기를 하는것인가?
    놉.. 그렇지 않다. 
    영장류도 그렇다.
    이건 또 슬픈 현상을 연구하다가 알려졌음.
     
    하누만랑구르원숭이라는 원숭이가 있다. 
     

    하누만랑구르원숭이

    원숭이가 다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하겠지만 고릴라랑 침팬지도 다르게 생겼으니까 ㅎㅎ 얘들은 요러케 생김
     
    여튼 이 하누만랑구르원숭이 수컷은 아직 갓난 원숭이들을 살해하는 습성이 있음.
    (미친...)
     
    사라 허디라는 연구자의 원래 연구 주제는 '이 망할 수컷원숭놈들이 왜 애기들을 죽이는지' 였음.
    그래서 하누만랑구르원숭이들을 많이 관찰하였는데,
    이게 보다보니까
    1) 수컷들은 자신의 유전자가 없는 새끼들을 일부러^^ 죽이는 습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2) 암컷들은 수컷들과 반대로 수컷들이 자신이 낳은 새끼를 쉽게 죽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발정기동안 여러 수컷들과 "일부러" 짝짓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버린 것이다.
     
    즉, 암컷은 자신이 무사히 출산한 새끼들을 또 무사히 성년의 원숭이로 잘 성장시키기 위해서, 일종의 생존본능의 일환으로 여러 수컷과 일부러 관계를 맺는 것임. 그래서 수컷들이 아기원숭이를 죽이려고 해도 본인 유전자가 확실히 있는 아기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 방식의 효과는 대표적으로 두가지인데
    1) 영아살해율을 낮추고,
    2) 더 나아가 수컷들이 새로 태어난 아기들을 보호하고 양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이런 방식은 하누만랑구르원숭이만 그런게 아니라 여러 영장류 동물들한테서 나타나는 습성이었다. 
    이걸 "친부 혼동 이론"이라고 한다.
     

    이제는 허디의 친부 혼동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주류 학계의 사고에 통합되고 있다. 오늘날 수컷의 영아 살해는 영장류 사촌 사이에서도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져, 51종의 영장류에서 의심되거나 실제로 목격되었다. 대부분 외부에서 침입한 수컷이 번식 시스템에 진입할 때만 살해를 시도하며, 특히 젖을 떼지 않은 영아들이 타깃이다. 같은 패턴이 수사자에서도 보이는데 …(생략) (p. 131)

    허디는 전반적인 영장류에서 수컷이 자신의 새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새끼를 돌보게 조종당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런 명백한 사실은 수컷은 오로지 제 자식이라고 생각하는 새끼만 돌보기 때문에 일부일처가 암컷에게 최고의 전략이라는 흔한 가설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략)… 허디는 바바리마카크와 개코원숭이 연구에서 성욕이 왕성한 암컷들이 성을 이용해 복잡한 친자 관계의 그물로 다수의 수컷을 끌어들인 사례가 보고되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수컷들은 평상시 다른 수컷의 자식까지도 데리고 다니며 보호했다. 우리 조상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른다. (pp. 132-133)

     
     
    그렇다고 암컷에게 모성본능이 있어서 수컷으로부터 어린 새끼들을 지키는 것이냐 하면 꼭 그렇지 않다.
    어찌보면 그냥 암컷들 입장에선
    출산이라는 엄청난 고통을 쏟아붓는 행위
    = 번식을 통한 종족보존 행위임.
     
    그런데 수컷이 어린애들을 그냥 죽여버리면 가성비가 엄청나게 떨어지는 거 아닙니까....
    이게 그럼 모두 다 암컷의 모성에서 비롯된 습성이냐 하면 사실 그것도 아님.
    책의 6장에서 나오는 내용인데 (지금은 3장 내용임)
    결국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작용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물론 인류와 같은 영장류에게는 좀 더 고도화된 호르몬 작용이 있어야 겠지만, 그렇지 않은 동물들은 옥시토신 호르몬의 양만으로도 모성의 정도를 가름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여튼 이런 현상은 요즘들어 갑자기 나타난게 아니고 원래 이 동물들이 갖고 있던 습성인데, 그간 연구자들이 다윈의 이론에 맞지 않은 데이터들을 일부러 외면하면서 뒤늦게 발견된 부분들도 있다고 한다. 
     

    고와티는 베이트먼이 모든 결과를 한데 모아 하나의 그래프로 그리고 그에 합당하게 데이터를 분석했다면 아마 최초로 난교가 암컷에게 이롭다는 사실을 증명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베이트먼과 그를 따르는 이들은 오직 난잡한 수컷과 까다로운 암컷이라는 다윈의 명제에 들어 맞는 결과만 골라서 보았다.
    고와티는 "베이트먼은 자신의 기대와 일치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거예요."라고 말했다. (pp. 140-141)

     
    이쯤 드는 생각은 바로
    '다윈이 뭐라고.. ㅎ;;'
    물론 학계에 있으면 찰스 다윈 이 양반이 진짜 뛰어넘기 힘든 레전설이라 그랬을거 같긴 함.. ^^;;;;
     
     


     
     
    생존을 위해서 짝짓기를 여러 수컷과 하는 암컷이 있는가 하면, 아예 수컷을 죽이거나, 짝짓기할 정자를 선택하는 암컷도 있다. 
    수컷 죽이기 = 대표적으로 거미 
    벌레는 징그러워가지고 사진 걍 생략.. ㅠㅠ 
     

    "적어도 거미에서는 확실히 암놈이 번식을 통제합니다. 수놈이 아니라요." 클라크의 설명이다. "암놈은 더 오래 삽니다. 정자를 저장할 수도 있지요. 최대 2년까지 보관하는 종도 있어요. 그래서 한두 마리쯤 먹어버리더라도 찾아올 놈들은 늘 있으니 아쉬울 게 없지요. 기다리면 되니까요" (p. 155)

     
    암컷이 덩치도 더 크고 뭐 여러가지.. 학교 생물시간에 얼핏 들은 내용들이긴 한데 읽으면서 또 새롭긴 하더라.. 
    왜 죽이냐 하면 금마 뭐.. 암컷한테 좋은 영양분이 되니까요 
    베어그릴스 같긴 하네...
    이 번식단계에서의 수컷의 습성도 언급이 된다. 뭐 어차피 번식기 끝나자마자 죽임 당하는 애들이라 중요한건 아니니까 생략하자. 읽으면서는 재밌었다. 
     
    암오리의 경우는 자신의 정자를 선택하는 케이스다.
    어떻게 선택하는가, 폭력적인 짝짓기에 대응해서 자신의 생식기를 복잡하게 진화시킨 덕분에 가능하다.
    원치 않은 정자가 들어오려고 하면 입구부터 막아버리는 기능이 있어서 누구와 번식해서 새끼를 낳을지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게 왜 뒤늦게 알려졌냐 하면 그동안 연구하는 사람들은 수컷 동물들의 생식기만 관심이 많았었기 때문에... ㅎ 
     
    암컷이 "선택"한 결과는 수컷에게도 당연히 영향이 미쳤다. 음경이 작고 덜 강압적인 수컷을 선택하는 편향이 긴 시간동안 작용하면서 점차 수컷에게서 음경이 사라진 것.
     

    "처음 암오리를 해부했을 때 어찌나 놀랐는지 하마터면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어요." 브레넌이 내게 한 말이다. 교과서는 오리의 질이 단순한 일자 관에 불과하다고 가르쳤으나 브레넌이 본 암컷의 생식관은 수컷만큼이나 복잡했다. 길이도 길고 곳곳에 주머니가 숨어 있을 뿐 아니라 수컷의 음경과는 반대 방향의 나선을 이루고 있었다. …(중략)… 그래서 브레넌은 두 번째 오리를 해부했고 여전히 똑같이 생긴 질을 발견했다. (p. 192)

    브레넌은 신조류에서 음경이 소실된 것은 다 암컷의 선택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암새가 음경이 작고 덜 강압적인 수컷을 선택했고 이런 편향이 수백만 년 지속되면서 마침내 음경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중략)… 상대의 동의가 없이는 수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암새 위에 올라탈 수는 있지만 정자를 넣으려면 분투해야 한다. 그래서 암새는 치고받는 싸움을 하지 않고도 알에 대한 통제권을 보유한다. (p. 196)

     


     
    그럼 이렇게 선택한 정자를 활용해 낳은 새끼들에 대해 잘 양육하는가? 
    그것 또한 엄청난 미신(아마도 원문에는 'myth'이라고 되어 있었을듯)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양육을 수컷만 부담하는 종도 많으며, 공동육아를 해내기도 하는 등 동물들에게는 그 종의 갯수만큼 굉장히 다양한 양육 전략이 있다.
    이런 점에서 아까 잠깐 언급했듯이 모성애라는 것 또한 결국 호르몬 작용일 뿐이라, 심지어 호르몬의 양에 따라 모성의 퀄리티도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 점점 밝혀지고 있다.
     

    뒬락이 본 것처럼 두 전략 모두 종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지금 저와 당신이 살아 있는 것도 우리 조상님들이 자신의 갈라닌 세포로 제 자식을 돌보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엄마로 하여금 과연 지금이 아기를 가지기에 좋은 때인지 판단하고 실행하게 하는 우로코르틴 덕분에도 우리가 존재하지요. 그러지 않았으면 어미 자신이 죽었을 테니까요.” (pp. 222-223)

    모성애의 목표는 무작정 새끼를 양육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번식할 때가지 오래 살아남는 자손의 수를 최대로 늘리는 곳에 자신의 제한된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다. 이 일에 진정한 이타적 신은 없다. 오히려 철저히 이기적이다. 좋은 엄마는 본능적으로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할 때와 포기할 때를 알고 있으며 그건 심지어 새끼가 태어난 후에도 그러하다. (p. 237)

     
     
    양육모드로 전환된 동물들은 역시 자신들이 '생존'하기 위해 어렵게 얻은 자녀들을 활용한다는게 또 밝혀지고 있다. 
     
     
     

    사진 제일 왼쪽부터 루시 쿡, 메리 제인 웨스트 에버하드, 사라 허디, 진 앨트먼

    진 앨트먼이라는 교수님이 있는데
    동물의 어미가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하고 그 중요성을 연구한 최초의 과학자라고 한다. 
    원래 수학 전공이었는데 야외생물학으로 분야를 바꾸었다고 한다. 
    작가는 사라 허디의 농장에서 진 앨트먼을 만났다고 한다.. 
    허디 박사님 핵인싸.. 
     
    사진 출처 : https://images.app.goo.gl/j6FBiRWiYo5XNPDN6
     
     
    여튼 앨트먼의 연구대상은
    노랑개코원숭이라는 원숭이들이었다.
     
     

    노랑개코원숭이

    얘들은 이렇게 생겼다. 진짜 털이 노란색.. 
    여튼 얘들을 데리고 케냐의 엠보셀리 국립공원에서 연구를 했음. 영장류인데다가 지능이 꽤 높아서 인류 사회와의 공통점을 찾기 위한 연구자들이 많다고 한다. 
    아무튼,
    이 개코원숭이 그룹에서는 수컷뿐만 아니라 암컷들 사이에서도 서열이 나뉘는데, 
    서열이 높은 암컷들은 먹이와 물에 대한 우선권이 있다. 심지어 서열이 낮은 암컷이 낳은 새끼를 서열 높은 암컷이 뺏기도 한다. 왜 뺏는지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앨트먼은 한 그룹에서 서열이 높은 암컷과 서열이 낮은 암컷의 남여성비출생율을 비교해 봤는데, 
    서열이 높은 암컷은 딸을 더 많이 낳았고 
    서열이 낮은 암컷은 아들을 더 많이 낳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왜?? 
     
    일단 귀족세계의 개코원숭이 암컷은 그 높은 지위 덕분에 새끼를 낳아도 일찍 죽거나 뺏길 위험에서 멀어진다. 그래서 자유방임주의식 육아를 한다. 새끼가 멀리 돌아다녀도 내버려 두고, 행동에 간섭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 이런 방식의 육아는 이 새끼들이 원숭이 사회에 잘 융합되는 동시에 자립적으로 성장할수 있게 돕는다.
    귀족계급 원숭이 암컷은 이 매력적인 지위를 최대한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딸을 많이 낳아 자신의 서열을 물려줌으로서 손쉽게 자신의 서열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반대로 낮은 계급의 암컷들은 상황이 다르다. 먹이와 물에서의 우선권도 없고, 애써서 낳은 새끼는 잘못하다가 다른 서열 높은 암컷에게 뺏길 수 있다. 그 외에 많은 위협들이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서열 낮은 암컷과 새끼를 학대한다. 그래서 양육 방식 자체도 자신의 품에서 새끼를 더 끼고 다닌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새끼의 독립이 늦고 어미에게서 더 많은 자원을 요구하기 때문에, 어미는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어 지치게 된다. 이런 어미들은 단번에 높은 서열로 올라가고자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들을 더 많이 낳는다고 한다. 그 아들이 수컷들과의 경쟁에서 힘으로 이기게 되면 서열이 높아지므로, 그렇게 본인의 지위도 덩달아 바뀌게 될, 그 가능성에 도전하는 셈이다. 
     

    앨트먼이 자신의 엠보셀리 연구지에서 지켜보니 희한하게도 서열이 낮은 암컷은 딸보다 아들을 더 많이 낳았다. 분명 이런 성비는 그들에게 유리하다. 암컷의 지위는 모계를 따라 대물림되어 고정되기 때문에 낮은 계급의 딸들은 어미의 비루한 처지가 주는 족쇄를 그대로 유지한다. 반면 아들은 직접 싸워서 서열을 결정하므로 지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추가로 야망을 품고 상류층 딸까지 얻는다면 자손에게 금수저를 보장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의 유전자는 하위 계급이라는 지옥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래서 서열 낮은 암컷이라면 족벌적 모계 체제의 한계에 평생 갇혀 있을 딸을 낳는 것보다 거기에서 벗어날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아들을 낳으려는 게 당연하다.
    반대로 서열 높은 개코원숭이 암컷은 아들보다 딸을 많이 낳는다. 특권을 물려줄 수 있으므로 딸은 위험성이 낮은 도박이며 앨트먼이 관찰한바, 이들의 아들 역시 살아남아 높은 서열에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 (pp. 234-235)

     
    그런데 그렇게 서열이 쉽게 바뀔 가능성이 존재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자신의 서열 조정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당장 태어날 새끼들의 성비조정까지 하는 암컷도 있을 정도로 암컷은 번식에 있어 여러 통제를 한다고 한다. 물론 밝혀지기 시작한건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더 알아갈 동물들의 습성들이 많겠다. 
    일단 책에서는 낙태 또한 암컷의 적응성 전략으로 활용된다고 언급하며, 이 예시로 자이언트 판다의 이야기를 한다. 
     
    영국 에든버러 동물원에는 2011년부터 판다 두마리가 있었음 
    우리나라 러바오 아이바오 처럼 암컷 수컷 한 쌍이었고, 
    처음에는 중국한테서 10년을 대여하는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1926212

    판다 '티안 티안' 임신 가능성에 들뜬 영국

    귀여운 판다가 보이는 이곳은 영국 에든버러 동물원입니다. 이 동물원은 지난 2011년 중국에 우리 돈 11억 원을 주고 대형 암컷 판다인 티안 티안을 빌려 왔는데요, 최근 이 판다가 임신 징후를 보

    news.sbs.co.kr

     
    2013년이 영국에서 처음으로 티엔티엔의 인공수정에 성공한 때였던걸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보도가 된게 있어서 우리나라 뉴스로 가져옴 ㅇㅇ.. 
     
    그리고 올해 결국 반환한다는 국내 기사가 있다.
    https://www.mk.co.kr/news/world/10822069

    “8차례나 인공수정 시도했는데”…12년간 새끼 못낳고 中 가는 영국 판다 - 매일경제

    영국 스코틀랜드 동물원의 자이언트 판다 한쌍이 중국으로 돌아간다. 임대 종료에 따른 영국 정부의 조치다. 에든버러 동물원은 4일(현지시간) 자이언트 판다 암수 한 쌍을 올해 12월 초 중국에 1

    www.mk.co.kr

     
    8번이나 인공수정.. 어휴.. ㅠㅠ....
    영국에 만 12년 있었는데 4년만 평화로웠던 거다.. 
     
    여튼 작가는 판다의 의도적 낙태에 대해 언급을 하는데
    바로 이 대목이다 
     

    암컷이 자신의 생식적 운명을 이처럼 잔인하게 통제한다는 것이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는 단체에게는 반갑지 않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은 확실히 낙태를 찬성하는 입장이라는 게 진실이다. 유산은 자신이나 새끼가 위험해지는 불리한 상황에서 많은 동물의 어미가 임신의 어느 단계에서든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적응성 전략이다. 심지어 판다도 그렇게 한다.
    나는 에든버러 동물원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대왕판다 티엔티엔의 출산 장면을 영상에 담기 위해 여름 내내 기다린 적이 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동물원 측으로부터 티엔티엔이 무모하게도 ‘태아를 흡수해’ 버렸다는 통보를 받았다. 전 세계의 관심 어린 눈과 잠재적 TV 시청률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이는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불행한 어미가 되길 피하려는 흔하고도 신중한 곰의 해결책이었다.(또한 제 자식을 평생 철창 안에서 살아야 하는 종신형으로부터 구했기도 했고.) (p. 236)

     
    작가가(아까 말했듯이 작가는 영국의 프로듀서) 티엔티엔의 몇번째 출산을 촬영하려고 했던 것인지는 언급을 안해서 알길이 없는데, 
    작가가 쓴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다섯번째 출산에 실패한 이후 나온 기사인것 같다.
    언론사 이름이 차이나데일리..라서 진짜 영국에서 나온 기사인지는 모르겠는데 뭐 거기나 저기나 기사 하나 나오면 서로 복붙하는거 아닌가 ㅎㅎㅎㅎ 
     

    Despite her showing apparent signs of pregnancy, she has failed to produce a cub again.
    Mating in captivity had long been a challenge for the pandas, followed by equally difficult pregnancies and challenges in the care of newborn cubs, researchers said.
    It is common for giant panda females to re-absorb a fetus into the womb in the late stages of pregnancy, and experts suspect that may have been the case with Tian Tian.

    (구글 번역 돌림) 그녀가 명백한 임신 징후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새끼를 다시 낳지 못했다. 포로 상태에서의 짝짓기는 오랫동안 판다에게 도전이었고, 똑같이 어려운 임신과 신생아 새끼를 돌보는 데 어려움이 뒤따랐다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자이언트 판다 암컷은 임신 후기에 태아를 자궁으로 다시 흡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전문가들은 톈톈의 경우일 수도 있다고 의심한다.

    출처: 차이나데일리 http://www.chinadaily.com.cn/world/2016-10/06/content_26976123.htm

     
    그리고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실제로 아이바오가 푸바오 출산 할때, 그냥 호르몬만 그렇게 찍힌 건지 진짜 출산할지 이런걸 사육사들이 엄청 지켜보았었다는 얘기를 얼핏 읽은 적이 있다.
    호르몬 측정 외에는 임신 여부를 겉으로만 봐서는 알기 어려운 것도, 결국 진짜 낳을지 안 낳을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것은 암컷 판다이기 때문이 아닐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어도 진짜 있는 습성인것 같다. 
    정말 작가 말대로, 티엔티엔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8번의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 테다.
     
    결론적으로 모성애 또한 자신의 새끼를 "안전한" 환경에서 "번식이 가능한 성년의 개체"로 길러내기 위한 가성비적인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암컷들은 위험한 투자보다 확실히 보장되는 것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을 뿐이다.
     
    여기까지 읽으니 인류하고도 비슷한 부분들이 많다고 느껴졌다. 정말 유사하지 않은가... 어떤게 다른지 모르겠다.
    하긴 인류도 결국 포괄적으로 바라보면 동물이니까.. 
     
     
     
    여기까지가 책의 6장 까지 내용이고,
     
    2탄 쓸 테니까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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