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감상문

    도서관 책 임보하는 것에 또 취미가 생겼는데
    집앞 제일 가까운 도서관에 읽을만한 얇은 책이 이 책이라 읽기 시작함
    스포일러랄까 작가의 생애 등등은 위키피디아 읽어봐서 이미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함
    (원래 스포일러 보는거 당하는거 좋아함)

    책 내용이 언급되니까 싫은 사람은 보지 마셔요..


    그렇지만 제 본성은 장난꾸러기 같은 것하고는 완전히 정 반대였습니다. 그 당시 이미 저는 하녀와 머슴한테서 서글픈 일을 배웠고 순결을 잃었습니다. 지금은 어린아이한테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 가운데서도 가장 추악하고 천박하고 잔인한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때 저는 참았습니다. 그것으로 인간의 특질을 또 하나 알게 됐다는 생각까지 들었고, 힘없이 웃었습니다. 만일 제가 진실을 말하는 습관이 들어 있었다면 당당하게 그들의 범죄를 아버지 어머니한테 일러바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아버지 어머니조차도 전혀 믿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민음사판 22페이지 중)


    주인공=작가=자칭 ‘인간실격’
    주인공은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언급
    개인적으로 저는 첫페이지부터 집중이 안되서 읽기 힘들었음. 너~무 너무너무 자기자신을 사랑하면서도 또 열등감을 가진게 느껴져서.
    그러다가 이 대목을 보자마자 이 사람의 자기애적이고도 연극적 문제가 같이 있으면서도 아주 깊은 우울감이 동시에 발현되는게 납득이 갔음
    아동성폭력 피해자들이 이런 종류의 심리적 어려움을 많이 겪는데 제때 진단에 따른 개입이 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는 이런게 더 엉망진창으로 곪아터짐

    뭐 피해자마다 다 다르니까 다른 피해자 분은 안그럴 수도 있고요, 지금 다 회복되신 생존자 분들도 당연히 있고요, 모든 언어가 정답은 아닙니다.
    그냥 저 인간실격 주인공이 그랬다고 이해해 주셔요.






    저는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정의니 뭐니 하는 도덕 따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저한테는 서로 속이면서 살아가는, 혹은 살아갈 자신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이야말로 난해한 존재인 것입니다. 인간은 끝내 저한테 그 요령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것만 터득했더라면 제가 이렇게 인간을 두려워하면서 필사적인 서비스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입니다.
    인간의 삶과 대립되어 밤이면 밤마다 지옥 같은 괴로움을 맛 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즉 제가 머슴과 하녀들의 그 가증스러운 범죄조차 아무한테도 호소하지 않았던 것은 인간에 대한 불신 때문도 아니고, 또 기독교적 박애주의 때문도 아니고, 인간이 저 요조에게 신용이라는 껍질을 단단히 닫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조차도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면을 가끔 보이셨으니까요.

    (민음사판 27페이지)


    여러 연구에서 보고된 피해자들은 대부분 피해 이후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데, 이 인간실격의 경우 또한 어느 정도의 트라우마는 있었던것 같음

    주인공에게서 나타나는 다른 증상도 있는데(이성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거나) 일단 책 속에서 특히나 두드러지는 건 모든 사람에 대한 불신
    주인공에게는 부모형제조차도 신뢰할 대상이 아님
    특히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은근 줄기차게 언급되는것을 보니
    아마 성폭력 피해 당시 또 다른 어떤 주요사건이 있었을 것이고 그 당시 화자가 주인공의 아버지였겠지..

    여튼 그러다 보니 주인공은 믿는 타인조차 없음
    사실 뭐 책속에서는 계속 주인공 스스로에게 인상적이었던 인물들의 이름 또는 닉네임이 언급되기는 하는데, 그 인물들이 주인공과 꾸준한 신뢰를 주고받았다기 보단 주인공 자신에게 꽤나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 정도라는 느낌임





    인간의 삶에는 서로 속이면서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저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 따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저도 익살로 아침부터 밤까지 인간들을 속이고 있으니까요.

    (민음사판 26페이지)


    타인에게 보이는 무감함,
    그리고 자신이 ‘익살’스러워 보여야 한다고 하는 점,
    이런걸로 봐서 주인공은 자기애성 문제가 두드러진다고 봤는데 이게 사실 연극성 장애하고도 증상이 좀 겹쳐서.. 뭐가 딱 정답이다 할순 없다




    "왜 안 돼?"
    "부모님 말씀을 안 들었거든"
    “그래? 아빠는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모두들 말하던데.”
    그건 속고 있기 때문이야. 이 아파트 사람들 전부가 나한테 호의를 갖고 있다는 건 나도 알아. 그러나 내가 얼마나 모두를 무서워하는지. 무서워하면 할수록 남들은 나를 좋아해 주고, 남들이 나를 좋아해 줄수록 나는 두려워지고 모두한테서 멀어져야만 하는, 저의 이 불행한 기벽을 시게코한테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노릇이었습니다.

    (민음사판 90페이지)
    “네 만화 제법 인기가 좋다면서? 아마추어한테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만용이 있으니 당해 낼 재간이 없군. 그렇지만 방심하지 말라고. 데생이 전혀 돼먹지 않았으니까.”
    스승 같은 태도까지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그린 ‘도깨비 그림’을 이 녀석한테 보이면 어떤 얼굴을 할까 하고 예의 헛된 몸부림을 쳤습니다.
    “그 얘기만은 하지 말게. 꽥 하고 비명이 나오려고 해.”
    호리키는 점점 더 의기양양해졌습니다.
    “처세술만 믿다가는 언젠가 꼬리가 잡힐걸.”
    처세술? 정말이지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한테 처세술이라니! 어떻게 하면 저처럼 인간을 두려워하고 피하는 행동이 속여도 건드리지 않으면 탈이 없다는 등 똑똑하고 교활한 처세술과 마찬가지가 되는 걸까요.

    (민음사판 91페이지)
    “울었습니까?”
    "아니요, 울었다기보다…… 글쎄, 다 끝난 거지요? 사람이 이 지경이 되었다면 이젠 틀린 거죠."
    “그러고 나서 십 년이라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겠군. 이것은 감사의 뜻으로 당신에게 보낸 거겠죠. 다소 과장해서 쓴 듯한 부분도 있지만 당신도 꽤 피해를 본 것 같군요. 만일 이것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리고 내가 이 사람의 친구였다면 나 역시 정신 병원에 집어넣고 싶었을지도 모르지.”
    "그 사람의 아버지가 나쁜 거예요."
    마담이 무심하게 말했다.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자상하고……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처럼 좋은 사람이었어요"

    (민음사판 136페이지)


    이 세개의 대목만 지켜봐도 알수 있듯, 여기 주인공은 모두가 와타시를 사랑해줘야만!! 이라는 생각 베이스가 좀 있는거 같다
    특히 세번째 대목.... 저게 ‘후기’라는 소제목으로 주인공이 죽고난 후의 후일담 같이 써놓은 대목인데 ‘주인공의 아버지가 나쁘다’며 부모님.. 특히 아버지 비난.. 즉 끝까지 남탓..
    그리고 ‘술만 마시지 않았다면 하느님처럼 좋은 사람’이라고 주인공 스스로를 묘사하는 게 꽤나 자기애적인 대목이다
    첫번째 대목에서 실제로 주인공 본인도 타인에게 본인이 어떻게 보일지 알고 있다고 언급하는 지점이 꽤나 자기애성 또는 연극성 인격장애
    라고 생각함





    이제는 그저 술값이 필요해서 붓을 움직였고, 시즈코가 회사에서 돌아오면 힁허케 밖으로 나가 고엔지 역 근처의 포장마차라든지 스탠드바에서 싸고 독한 술을 마시고 조금 명랑해져서 아파트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보면 볼수록 이상한 얼굴이야. 태평 스님의 얼굴은 사실 당신의 잠든 얼굴에서 힌트를 얻은 거야."
    "당신의 잠잘 때 얼굴도 꽤 늙었어요. 사십은 된 남자 같아."
    "당신 탓이야. 정기를 뺏긴 거지. 물의 흐름과 사람의 팔자아아는. 무슨 시름인가 강가의 버드나무."
    "소란 피우지 말고 빨리 주무세요. 아니면 식사하시겠어요?"

    (민음사판 93페이지)


    동거하는 사람에게 ‘너는 보면 볼수록 이상한 얼굴이다’, ‘너한테서 정기를 뺏겼다’는 언급을 했다고 주인공 본인이 언급을 하시는데
    꽤나 사실무근하며 가스라이팅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주인공을 먹여 살리고 경제적으로 부양하다시피 한건 저 동거인이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 이사람은 지금 인격장애가 문제가 아님
    알콜중독은 이미 저때부터 있었고
    (‘이제는 술값이 필요해서 붓을 움직였다’는 대목)
    나중에 그게 약물중독으로 발전하고
    중독자의 삶이 으례히 그렇듯 중독에 대해 자기합리화를 해대며 온갖 사람들에게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면서 살아감
    그런데 본인의 자전적 소설임에도 제대로 글에 쓰지도 않았고,
    당연히 가족들이 정신병원 입원시키니까 (당연함. 나같으면 집에 돈도 많겠다 저새끼 갱생도 안될놈이라며 평생 폐쇄병동에 살게했음)
    자기는 이제 미치광이가 된거라며 낙인 찍혔다 어쩐다 라며 자기연민에 빠짐;;;;
    걍...... 개한심...
    안타깝지도 않다
    이 주인공의 삶은 ‘실격’이란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고급 포장 같다고 생각한다





    “말이 많군. 그렇다면 역시 신이겠지. 신, 신. 뭐든지 신으로 해두면 틀림없어. 아아, 배가 고픈데.”
    "지금 아래층에서 요시코가 잠두콩을 삶고 있어."
    "저런, 고마워라. 내가 좋아하는 거야."
    저는 양손을 머리 뒤에 베고 벌렁 누웠습니다.
    "자네는 죄라는 것에 전혀 흥미가 없는 것 같군."
    "그야 그렇지. 너 같은 죄인이 아니니까. 나는 난봉은 즐겨 도 여자를 죽게 하거나 여자한테서 돈을 우려내거나 하지는 않거든."
    죽인 게 아니야, 우려낸 게 아니야 하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희미한, 그러나 필사적인 항변의 소리가 끓어올랐습니다. 그러나 아니, 내가 나쁜 거라고 금방 다시 고쳐 생각해 버리는 이 버릇.

    (민음사판 112페이지)


    심지어 저 동거인이랑 같이 살기 전에 만난 애인이랑도 동반살자 시도했는데 애인만 죽고 주인공만 살아남;; 반대였다면 참 좋았을 텐데 ㅋ
    그 과정 또한 가스라이팅이 있었겠거니 짐작하고 있는게 ‘돈 떨어지는 날이 인연 끊기는 날이다’ 등의 언급이 수시로 있었다는 점이다
    책속에서는 주인공이 똑바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여튼 이런 가스라이팅이 없었으면 연극성 장애같다고 할뻔 했는데 솔직히 소설 속에 이런 대목이 너무 많음

    거기다 주변 친구가 이를 주인공에게 언급하는데, 주인공은 죄스러워하기는 커녕 속으로 자기합리화하기 바쁘시다는 점에서.. 꽤나 나르시시스트 라고 느껴짐

    이런 인간한테 뭔 문학상임 ㅋㅋㅋ 개뿔 ㅋㅋㅋㅋ






    책을 읽은 감상..은
    자기애적 성격장애+알코홀릭+약물중독자 일남의 자기변호 책 잘 읽었는데 이게 왜 고전이고 베스트셀러인가요..
    피해자라고 안타깝고 이런건 걍 그때만 그런 생각이 들었음. 왜냐면 이사람이 또다른 폭력 가해자였기 땜에^^
    피해가 모든 문제행동에 당위성을 줄순 없다

    뭐 평론에는 사회질서의 허위성을 드러낸 수작 어쩌구 하는데
    기득권 일본남성 정신질환자 눈에 비친 일본사회보다는 진짜 신체건강한 문이과 지식인의 눈에 비친 세계사회의 부조리를 바라보는게 시간적/경제적으로도 더 유익해 보일 지경임

    책 궁금해서 읽어보실 분들 그냥 나무위키에 다자이 오사무 검색해서 읽어보시면 됩니다 님들 시간 아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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